물리 버튼을 되살린 애스턴 마틴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4.03.2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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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턴마틴이 Piss Off Factor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까지 동원해가며 실내 물리 버튼을 되살리고 있다. 비단 애스턴마틴뿐만 아니라 다른 제조사들도 소비자의 불만을 의식해 버튼 리스, 스위치 리스 기조를 버리고 있다.

 

요즘 나온 자동차의 인테리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뭔가 텅 비어 보인다는 것이다. 이른바 버튼리스, 스위치리스 개념이 도입되면서 모니터는 나날이 커지고 있으며, 대신 대시보드와 센터 콘솔을 채웠던 물리버튼과 스위치를 대거 삭제하고 있다.

 

 

이 개념이 처음 도입됐을 때는 기대가 무척 컸다. 제조사들은 특히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새로운 디자인 개념이 충분히 먹혀들 것이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남은 것은 소비자들의 불만뿐이다. 가령 전에는 보지 않고도 단 번에 시트와 실내 온도를 바꿀 수 있었던 것에 반해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자동차가 이런 편리함을 허용하지 않는다. 한 번에 가능했던 것을 두 번 심하면 세 번까지 조작을 요구하고 있으며, 심지어 운전 중에 조작하려면 가벼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물론 일부 제조사는 제스쳐 컨트롤이라든지 보다 강력한 음성 인식 기능을 제공해 버튼이 줄어든 불편한 현실을 미래라 여길 수 있도록 배려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운전대에서 손을 놓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며 음성 인식보다 손으로 한 번 건드리는 편이 더 편리하다 생각한다. 그리고 갑자기 바뀌어버린 현실에 대해 극도의 불만을 토로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제조사들은 자동차 인테리어 디자인의 개념을 주도적으로 바꾼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과, 변화의 주도권이 자신들이 아닌 시장에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최근 아이오닉 5가 시트 온도 조절 관련 버튼과 후방 카메라 버튼을 센터 콘솔로 빼낸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아예 버튼과 관련해 고객의 편의를 집중적으로 탐색, 연구하는 부서를 만든 브랜드도 있다. 다소 의외로 들리겠지만 애스턴마틴이 그렇다. 이들은 최근 회사 내 소규모 그룹을 만들었는데, 이 부서에서 하는 일은 소비자들을 화나게 만드는 요인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도 아예 “Piss Off Factor”라고 붙였다.

 

 

이들은 우선 최근 출시된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를 타본 다음, 꼭 필요한 물리 버튼과 물리 스위치를 구분한다. 그다음 해당 버튼과 스위치가 어디에 있어야 최적의 배치가 가능한지 연구한다. 대표적인 버튼이 바로 온도와 볼륨 조절 버튼이다. 애스턴마틴은 최근 버튼 리스 트렌드가 고객의 즉각적인 요구에 대응하지 못하며, 심지어 편안한 운전 경험도 앗아간다 판단했다.

 

 

비단 물리 버튼, 스위치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도 대대적으로 수정할 예정이라 했다. 물론 이런 작업은 다른 제조사에서도 꾸준히 일어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무선 업데이트 혹은 서비스 센터 방문을 통한 업데이트 과정을 통해 개선된 레이아웃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판 디스플레이가 갖는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진 못했다. 완전 자율 주행이 합법적으로 가능해지지 않는 한, 모든 버튼을 디스플레이 하나로 통합하는 것은 사실상 실패라는 것을 소비자는 물론 제조사도 이제서야 깨달은 셈이다.

 

 

최근 공개된 애스턴마틴 밴티지는 “고객을 열받게 하는 요인"들을 대거 제거하고 버튼과 스위치 구성을 개선한 디자인이 반영되어 있다. 온도와 볼륨은 물론이고 시트 열선, 통풍도 센터 터널에 제대로 자리 잡았다. 정확히 말하면 다시 돌아왔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그뿐만 아니라 자세제어, 가변 배기 시스템, 전자식 서스펜션을 비롯해 주차와 관련된 기능들도 모두 물리 버튼으로 통제된다.

 

 

생각해 보면 애스턴마틴과 같은 스포츠카 브랜드일수록 이런 개선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만드는 자동차는 자율주행과는 무관한, 오히려 대척점에 놓여 있는 자동차들이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더 편안한 운전, 공간 경험보다 보다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운전자 개입을 원하고 있으며, 그게 스포츠카를 사는 첫 번째 이유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개념을 확장하면 오늘날 다수의 브랜드들이 디스플레이에 모든 것을 다 통합해버리려는 움직임이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보다 빨리 인정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현대자동차는 물론 폭스바겐도 개선을 약속했으며, BMW도 뉴클래스(Neue Klasse)에 일부 버튼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테슬라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그들은 지금 지구상에 달리는 자동차 중 물리 버튼이 가장 적은 차를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테슬라가 적극 추진하는 FSD 개념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거대한 디스플레이 한 장으로 자동차 전체를 컨트롤하는 방식을 고수해야만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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