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 2025년까지 주유소 1,000개 폐점 예정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4.03.2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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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정유사인 쉘이 2025년까지 약 1,000개의 직영 주유소를 폐점할 것이라 밝혔다. 이유는 역시나 EV 시장의 확대로 인한 수요 감소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동차 에너지 사업을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다.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따른 자동차 회사들의 체질 개선 작업도 어느 정도 끝이 보이는 것 같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이 함께 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 기존 내연기관 부품 공급사들부터 하나 둘 주요 사업 혹은 미래 사업 분야를 바꿀 예정이거나 혹은 이미 바꾸었다. 가령 포스코의 경우만 하더라도 철강재를 넘어 배터리 원자재, 모터 부품 등 다양한 관련 분야로 오래부터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는 분야가 바로 에너지 충전 사업 분야다. 쉽게 말하면 주유소 사업이다. 당장 소비자들이야 주유소 사업의 변화가 피부로 와닿지는 않지만, 실제로 전국에 약 600여 개의 주유소가 폐점했으며, 몇 년 전과 비교해 매출도 미미하게나마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주유소에 다른 사업 분야를 접목해 주유뿐만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도 방문할 수 있도록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 사업도 그중 하나에 포함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존 주유소 시장에 절대적으로 머물 것 같았던 고객들이 점점 이탈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그래서 최근 쉘은 제법 강경한 대처 방안을 구현할 것이라 발표했다.

 

 

우선 이들은 전 세계에 약 46,000여 개의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운영 중이던 주유소 중 약 3%에 해당하는 1,000개 점포를 2025년까지 폐점할 것이라 밝혔다. 이유는 역시나 이용객 감소 추세 때문이다. 운영 비용 대비 기대 수익이 낮기 때문이다. 쉘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2018년에는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이 3%에 불과했지만 2023년에는 무려 18%를 상회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졌다.

 

 

이처럼 자동차의 동력원이 석유 에너지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쉘이 에너지 충전 사업을 완전히 포기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기존 주유소를 EV 충전 스테이션으로 개조할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충분한 부지가 확보된 주유소의 경우 식당, 편의점을 비롯해 다양한 소매점들을 유치해 사업 형태를 다각화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사업 혹은 운영 형태의 다각화는 국내 정유사에서도 몇 차례 시도된 바 있다. 다만 한 가지 염려스러운 점은 이 사업이 기존 주유소와 경쟁하는 것이 아닌, 가정용 충전기와 경쟁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전기차 소유자들 중 다수는 주유소처럼 충전만을 위한 공간을 방문한다는 것 자체를 귀찮게 여기고 있다. 여건만 갖출 수 있다면 주차 후 곧바로 충전기를 꽂아 놓고 집으로 올라가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애써 자기 시간을 충전을 위해 쓰고 싶어 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존 주유소 부지를 전기 충전소로 개조한다고 해도 가정용 충전기가 주는 압도적인 편의성을 뛰어넘을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면 사업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공공 충전기도 빠르게 확충되어가는 중이다.) 그럼에도 쉘은 2025년까지 약 70,000여 개의 충전기를 보급할 예정이며, 향후 200,000개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라 밝혔다.

 

 

쉘뿐만 아니라 BP 역시 같은 방향으로 사업 구조를 변경 중이다. BP는 얼마 전 주유소 내 테슬라 슈퍼차저 도입을 위해 약 1억 달러가량을 투자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기존 수익을 대체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것은 그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쉘은 전기차 배터리 충전 이외에도 수소 충전과 더불어 최근 유럽에서 추진 중인 e연료(e-Fuel) 충전 등 충전할 수 있는 에너지의 다각화도 함께 추진 중에 있다.

 

 

사실 대형 정유사들이 처한 위기는 단순히 주유소 사업 구조 변경에만 있지 않다. 전체 석유 소비 용도 중 도로 수송용이 무려 44%나 되기 때문에 전기차 비중이 높아질수록 전체 수익 구조에 크나큰 변화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는 석유 시추, 유통, 가공 사업 자체의 근본이 흔들리는 중대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변화가 나와 무관하다 여기겠지만, 에너지 사업 구조의 변화는 언제나 소비 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따라서 향후 정유사들의 체질 변화가 경제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지금부터라도 조심스럽게 예측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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