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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현대 전기차들, 일본에서 안 팔리는 이유?
입력시간 : 2023-11-15 오후 2:18:32
지난 11월 1일 현대자동차는 일본 시장에 코나 EV를 내놨다. 넥쏘와 아이오닉 5에 이은 일본 내수 시장 공략을 위한 세 번째 모델이다. 넥쏘를 통해 일본 시장에 재 진출한 현대차의 3년이란 시간을 점검해 본다.

현대차는 2020년 0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일본 시장에 총 963대의 완성차를 판매했다. 동 기간 동안 롤스로이스는 881대, 로터스는 906대 팔렸다. 일본 수입차 시장의 강자 BMW는 13만 188대, 이어 폭스바겐이 총 12만 9,165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놓고 테슬라(Tesla)와 판매량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 BYD도 지난 2022년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일본 내에서 현대차는 순수 전기차만 판매하고 있는데 BYD도 마찬가지로 전기차 모델 3종을 중심에 뒀다. BYD는 일본에 진출하며 현대차 보다 많이만 팔면 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2023년 현대, BYD 일본 시장 판매 추이


이제 2023년 1월부터 10월까지의 현대차와 BYD의 판매 실적을 보자. 현대차는 1월 32대 판매를 시작으로 총 385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한편 BYD는 1,071대를 판매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두 브랜드들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성적표다.

현대차는 북미 시장에서 좋은 판매 실적을 쌓고 있다. BYD는 미-중 관계의 서늘함으로 북미 시장을 내려놓고 유럽 시장에 집중하며 테슬라를 바짝 추격하는 중이다. 그런 두 브랜드가 일본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싫어하는 것은 아닐까?


일본 전기차 점유율 추이(출처: ENECHANGE)


확인을 위해 일본 전기차 시장을 봐야 한다. 유럽, 미국, 한국, 중국 등 자동차 시장이 비교적 활발한 나라들처럼 일본 전기차 시장도 한창 성장 중이다. 일본 자동차 판매 협회에 따르면 일본 내 EV 및 PHEV의 2022년 총 판매 대수는 95,426대 수준이며 2023년 9월에는 이미 전년도 기록을 넘어선 10만 8,271대를 기록했다. 내연기관 대비 전기차의 판매 비율은 4%에 달한다. 중국은 11%, 한국은 9.5%대로 아직 일본은 인접 국가보다 낮은 수준이나 추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전기차 판매 추이(출처: ENECHANGE)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와 BYD의 점유율을 보자 현대차의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 총 판매 대수는 300대로 점유율 0.2%, BYD는 0.8%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일본 소비자들은 어떤 전기차를 구입하고 있을까?

일본의 전기차 시장은 닛산이 장악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이유로 지난 2020년 12월 철수를 발표한 닛산이다. 2004년, 한국에 진출한지 16년 만의 일이다. 그런 닛산이 보수의 상징 토요타의 안방 일본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일본 시장을 이끄는 전기차 모델은 닛산의 사쿠라. 케이(Kei, 軽)로 불리는 일본의 경차다. 미쓰비시와 르노, 닛산이 합작한 KEI-EV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전장 3,395mm, 전폭 1,475mm, 전고 1,655mm, 휠베이스 2,495mm의 크기를 갖췄다. 일본 경차 규정에 꼭 맞춘 크기에 배터리와 전기 모터도 탑재했다. 모터 출력은 63hp(47kW), 최대토크는 195nm(19.8kgf.m), 무게는 혼다의 대표 경차 N-Box에 사람 한 명 더 태운 무게인 1080kg 수준이다. 배터리 용량은 20kWh, WLTC(Worldwide harmonized Light vehicles Test Cycle) 기준 180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 전기차 보조금이 적용된 가격은 178만 엔(한화 약 1,560만 원).



닛산은 사쿠라를 통해 일본 전기차 시장을 이끌었다. 2022년 총 판매 대수 3만 3,000대로 일본 국내 전기차 판매의 약 40%라는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했다. 뒤이어 닛산 리프, 닛산 아리아로 시장 1, 2, 3위를 모두 닛산이 휩쓸었다. 참고로 동 기간 기준으로 한국 내수 시장에서는 아이오닉 5가 전기차 중 가장 많이 팔렸는데 총 2만 7,399대 실적이었다.



일본 내 업계에서는 닛산 사쿠라의 인기 요인을 이렇게 분석한다. 첫째는 모터 출력이다. 일본 내 내수 판매 순위에서 만년 1위를 기록하는 혼다의 경차 N-Box의 최대 토크는 65Nm(6.6kgf.m)로 닛산 사쿠라에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일본의 경차 소비자들이 목말라했던 출력을 사쿠라가 만족시켜 차량의 활용도를 높였다. 또한 기존 경차의 구성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에 꽉 짜인 일본의 도로 환경에 최적화됐다. 그 밖에 일본의 지방 소멸이 가속화됨에 따라 주유소의 숫자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인데, 주택 주거 환경이 중심이 되는 일본의 현시점에 충전 설비를 장비하는 데 있어 부담감이 적다는 이유도 포함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업계에서는 BYD 그리고 현대차가 일본 내에서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일본 환경을 직시하고 적합한 모델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젊고 근사한 라이프 스타일로 일본 젊은이들에게 이미지를 각인하려는 것이 현대자동차의 전략이다. 그러나 정작 실용성이 중요한 일본 시장에서 현재 투입 모델이 적절한지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조언.



닛산 사쿠라의 제원을 보면 기아자동차의 경차 레이 EV를 떠올릴 수 있다. 레이는 전장 3,595mm, 전폭 1,595mm, 전고 1,710mm, 휠베이스 2,520mm의 크기로 전고를 제외한 전장, 전폭이 모두 일본 경차 제한 규정을 벗어나 경차 혜택을 받을 수 없어 경쟁이 어렵다.



한편 판매량 2위 닛산 리프는 전장 4,480mm, 전고 1,545mm, 전폭 1,790mm, 휠베이스 2,700mm로 더 여유로운 크기를 가진다. 코나 EV는 전장 4,355mm, 전고 1,590mm, 전폭 1,825mm, 휠베이스 2,660mm로 전폭을 제외한 나머지 제원에서 리프보다 작다. 하지만 문제는 전고와 전폭이다.


BYD 돌핀 vs 아토 3 크기 비교(출처: BYD)


BYD 돌핀은 전장 4,290mm, 전고 1,550mm, 전폭 1,770mm, 휠베이스 2,700mm 크기로 일본 시장에 그나마 더 적합한 전폭을 가진다. 전폭이 중요한 이유로 일본의 자동차 사용 환경에 있다. 일상에서 차를 이용하는 데 있어 차의 크기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도심에서의 일상 활동 중 필요한 경우 주차 공간의 부족함을 해소하기 위해 입체주차장 등을 활용한다. 보통 차를 위한 입체주차장 시설의 크기는 높이 1,550mm, 폭 1,850mm, 길이 5,015mm다. 아쉽게도 일본 내 판매되는 현대차 중에 입체주차장에 입차가 가능한 차는 없다.


(사진 출처: Gazoo)


또한 일본의 도로는 평균적으로 2.75~3.5m 사이의 폭을 가진다. 좁은 도로 사정에 맞물려 주택에서도 좁은 주차 공간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즉 일본인들에게 차량의 크기는 타협하기 매우 어렵다는 이야기다. 판매 가격, 옵션의 구성, 차량 성능이 훌륭해도 크기는 어쩔 수가 없다. 차를 주차장에 강제로 구겨 넣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현대차가 일본 내수를 위한 전용 모델을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일단은 꾸준한 마케팅을 통해 일본 내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판매량을 높일 뾰족한 방법이 현재로는 없다. BYD는 현재 판매 중인 모델 돌핀 그리고 아토 3에 이어서 2024년에는 세단형 모델 씰(SEAL)을 일본 시장에 내놓는다. 닛산 사쿠라의 성공을 목도한 혼다, 토요타 등 타 제조사들도 내년도에는 경형 전기차를 출시한다.



현대차가 일본 내 법인을 설립하고 인력 채용을 하고 있을 무렵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에서 경험을 쌓은 한 입사지원자는 현대차와 면접을 본 뒤 스스로 입사를 포기했다고 한다. 판매 실적도 예상하지 못한, 전략 차량 부재 상황에서 무작정 80여 명이 넘는 군단만 꾸려 놓고 고급 마케팅을 시작하겠다는 전략에서 비전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이 이유다.

오토뷰 | 전인호 기자 (epsilonic@autoview.co.kr)
댓글보기 관련된 전체의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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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한잔 님 (korb****)
우리나라 버스 규격의 폭 제한 때문에 외국 업체는 만에서만 시장에 나올 수 있는 것처럼 애시당초 일본 자동차 시장의 규격 제한을 간과한 탓이 크네요.
정말로 일본에서 하려면 이런것부터 사전조사를 했어야 했을텐데 이번에도 실패로 귀결될 거 같습니다.
2023-11-16 오전 10:12  (203.*.*.240) | 신고
밀키스 님 (naos****)
오히려 지금의 i20나 모닝같은 차를 투입했으면 더 잘 팔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00년대 초반에 nf소나타로 일본에 진출했을때도 전략 미스라는 지적이 있었지요.
2023-11-15 오후 09:36  (106.*.*.123) | 신고
건너뛰기 님 (neon****)
보면서 표나 사진 등의 구성이 되게 짜임새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2023-11-15 오후 05:18  (59.*.*.110) |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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