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체험기]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experience
입력시간 : 2015-09-21 오후 11:46:21
“가스! 가스! 가스!” 화생방 훈련 상황이 아니다. 가속페달을 더 밟으라는 인스트럭터의 요청이다. 속도를 줄이기는커녕 더 빨리 가라니… 이런 체험 행사가 또 어디 있을까? 그것도 레이싱카로 말이다. 미쉐린의 파일럿 스포츠 익스피어리언스는 체험이라는 의미 자체부터가 달랐다.

파일럿 스포츠 익스피어리언스는 미쉐린이 주최하는 트랙 이벤트다. 실제 레이싱카를 타고 트랙을 질주하면서 고성능 타이어의 한계를 직접 느껴보는 자리다. 매년 개최되는 연례 행사로, 미쉐린은 10년동안 이러한 이벤트를 지속해 왔다. 아시아, 중동, 오세아니아 등의 국가가 주 고객이다. 북미와 유럽은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규모 면으로는 이쪽이 가장 크다고 한다.


하루 기준 초청인원은 딱 25명으로 제한된다. 사람이 많아지면 자동차를 타고 느낄 시간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제한을 한단다. 전세계 수백여명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만큼, 행사 진행을 위해 말레이시아 세팡 서킷을 1달간 통째로 임대한다고 한다. 스케일부터 남다르다.

행사는 총 4가지 프로그램으로 준비됐다. 투어링, 랠리, 포뮬러4, 택시 드라이빙 순이며, 타이어 역시 각 차량에 맞춰서 개발된 전용 타이어를 사용한다. 참가 차량 역시 실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스펙을 갖는다.

투어링카 : 르노스포츠 클리오 IV 컵 레이서 – 미쉐린 17인치 레이싱 슬릭 타이어




소형차 클리오를 기초로 투어링 레이스카로 제작된 차량이다. 무게는 1,080kg, 최고출력은 220마력을 발휘한다. 실제 영국에서 투어링카 레이스에 출전하고 있는 사양이기도 하다.

‘겨우 220마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엄연히 이 차는 레이싱카다. 트랙에서 542마력의 아우디 R8 플러스와 동일한 랩타임을 기록했을 정도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고 패들을 조작해 기어를 1단에 맞춘다. 페달식 클러치는 최초 동력을 연결시킬 때만 사용하고 이후 변속은 패들만 사용한다. 클러치 접점 구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잘못하면 울컥거리거나 시동이 꺼지기도 한다. 때문에 세밀한 조작이 기본이다.

직선구간에 진입해 최대 가속력을 끌어낸다. 가속감 자체가 매우 빠른 수준은 아니다. 가속 성능만 놓고 보면 수백마력의 고성능 스포츠카가 앞설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 환경은 트랙이고 현재 차량을 트랙을 달릴 수 있도록 최적화 시켜놨다. 그리고 그 차이는 코너에서 발생한다.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인 뒤 헤어핀과 유사한 첫번째 코너에 진입한다. 아차, 첫번째 랩부터 진입속도를 조금 높게 잡은 듯 하다. 하지만 이미 늦었기 때문에 투어링카의 성능과 타이어를 믿고 그대로 진입한다. 이상하다.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통과한다. 이것이 그립의 차이일까? 그간 느껴보지 못했던 그립에 놀란다.

다음 코너는 중속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역뱅크(코너 바깥쪽이 더 낮은 구조) 구간이라 심적 부담이 느껴진다. 하지만 방금 코너 한계가 월등하게 높았기 때문에 진입속도를 조금 더 높여본다. 스티어링휠이 급격히 무거워지고 몸에서 강한 횡 G가 느껴지지만 투어링카는 아무렇지 않게 코스를 통과해버린다.

‘여기서 더?’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서킷 코너별 한계를 파악하면서 첫번째 섹션을 마쳤다. 주행을 마치고 내릴 때 옆에 동승했던 인스트럭터가 한 말이 인상적이다. “이번에 감을 잡았으니 다음에는 더 빨리 가도 좋습니다.”

두번째 섹션이자 마지막 기회가 다시 왔다. 이번에는 욕심을 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벽을 보는 것과 같았던 타이어의 한계점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모든 코너의 진입속도를 첫번째 주행보다 높게 설정했다. 제동도 보다 강하게, 코너 탈출시 스로틀 개도량도 한층 적극적으로 오픈 했다. 투어링카의 퍼포먼스는 정말 놀랍다. 빨리 달리기 위한 기계 그 자체의 느낌이다.

하지만 더욱 신기한 것은 타이어의 그립이다. 정말이지 노면과 딱 붙어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그리고 한계 상황서의 타이어 스키드음이 독특하다. 일반 타이어가 ‘끽’과 같은 소리를 낸다면 레이싱 슬릭 타이어는 ‘뚝’과 같은 소음을 들려준다. 물론 레이싱카 자체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상당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게 들리기도 한다.

온 몸이 땀에 젖었지만 흥분을 한 탓인지 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놀라움이라는 표현이 어쩌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렇게 다음 체험 구간인 랠리 트랙으로 향했다.

랠리카 : 시트로엥 DS3 R1 – 미쉐린 15인치 랠리 타이어




차량은 시트로엥의 DS3 R1이다. 15인치 휠과 랠리 전용 타이어를 장착해 외관상으로는 휠과 타이어가 조금은 왜소해보인다. DS3 R1은 랠리에 입문하고자 하는 아마추어를 위해 시트로엥이 제작한 랠리카다. 앞바퀴를 굴리는 150마력을 발휘하는 엔진과 수동변속기를 갖추고 있으며, FIA의 규정대로 제작돼 실제 경기 참전도 가능하다.

랠리를 위한 비포장 도로는 중간에 물을 뿌려 미끄럽기도 하면서 울퉁불퉁한 구간도 많다. 코너도 매우 급격하게 변경되기 때문에 짧지만 재미있게 코스를 구성했다.

출발 사인과 함께 차량을 가속시킨다. 영상 속에서만 봤던 랠리카의 사운드가 들려오니 절로 흥분된다. 첫번째 코너는 물이 뿌려져서 바닥이 진흙이 된 미끄러운 구간이다. 인스트럭터의 조언대로 부드럽게 감속시킨다. 진흙 코너에 진입하자 차량 뒤가 그대로 미끄러진다. 인스트럭터가 스티어링휠을 중앙으로 설정하고 잠시 기다린 뒤 코너 탈출 각도에 이르자 가속페달을 밟으라고 지시한다.

힘없이 미끄러지기만 하던 차량이 갑자기 용수철처럼 튀어 나간다. 사라진 그립력이 갑자기 나온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이후 복합 코너 구간에서는 새로운 운전법을 지시 받았다. 차량이 미끄러지는 듯 하면 가속페달을 밟으라는 것이다. 코너 진입 속도가 다소 높았다. 언더스티어 이후 오버스티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첫번째 코너처럼 스티어링휠을 풀어준 이후 가속페달을 밟으니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간다. 인스트럭터가 잘했다고 칭찬한다. 실수로 차가 미끄러진 것인지 알았는데 알고 보니 랠리는 이렇게 운전해야 한단다.

타이어 특성이 상당히 재미있다.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으면 미끄러지고 적당한 속도로 엔진 구동력을 활용해 코너를 돌아도 미끄러지려 한다. 하지만 살짝 헛바퀴가 돌게 되면 숨겨졌던 그립력이 나오면서 차량을 이끌어나간다. 마치 비포장도로를 날카로운 발톱으로 찍으면서 달리는 느낌이다.

차량이 미끄러지는 상황에서도 숨겨졌던 그립력을 꺼내는 것이 마치 게임 속 필살기 하나를 감쳤다가 사용하는 것 같아 재미있다. 이러한 그립력을 만들어내고 내구성까지 확보한다는 것이 기술력일 것이다.

포뮬러 : 포뮬러 4 – 미쉐린 13인치 포뮬러 레이싱 슬릭 타이어




가장 많은 기대를 모았던 포뮬러 4를 직접 운전해보는 시간이다. 미하엘 슈마허 아들이 참전한다는 그 장르의 경주차다. 어떻게 보면 포률러의 가장 하위 카테고리일 수 있지만 생김새에서 느껴지는 남다른 분위기는 분명 일반 레이스카와 차원을 달리한다. 휠도 F1과 동일한 13인치 크기를 가지며, 포뮬러 전용 레이싱 슬릭타이어가 장착돼 있다.

출발은 투어링카와 마찬가지로 페달 클러치를 떼면서 진행하며, 이후에는 패들만 사용해 변속한다. 폭발적인 가속감이 느껴지는 수준은 아니다. 직선구간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있어도 인스트럭터 차량인 포르쉐 카이맨이 눈앞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참고로 포뮬러 4의 출력은 185마력이다.

하지만 가속 성능과 별개로 체감 속도는 정말 빠르다. 200km/h 부근에 도달하자 강한 바람 때문에 머리가 좌우로 사정없이 흔들릴 정도다. 시야도 상당히 좁아진다. 앞서 탔던 클리오 투어링카가 승용차처럼 편했다고 생각될 정도로 그야말로 달리는 기계를 조종하는 것 같다.

470kg에 불과한 무게와 포뮬러 에어로 다이내믹, 여기에 레이싱 슬릭 타이어의 조합은 코너링의 한계를 현격하게 높이고 있다. 클리오 투어링카와 같은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갔음에도 포뮬러 4의 한계에는 미치지 못한 느낌이다.

인스트럭터 차량에 가까이 붙어 조금 더 빨리 가줄 것을 재촉한다. 동시에 랩을 돌 때마다 코너별 속도를 끌어올려본다. 속도가 높아지니 차량은 더 큰 다운포스를 확보하게 되고 타이어의 그립력은 더욱 높아진다.

이쯤 되니 한계 성능을 맛보고 싶다는 도전의식까지 생긴다. 몸을 단단히 묶었던 벨트가 헐렁하게 느껴질 정도로 몸이 쏠리고 스티어링휠을 잡은 손이 떨릴 정도지만 차량은 아직 여유가 느껴진다. 포뮬러라는 장르는 차원이 다름을 몸소 느끼는 계기가 됐다.

택시 드라이빙 : 포뮬러 르망(LMP2) - 미쉐린 18인치 레이싱 슬릭 타이어




모든 주행을 마친 후 택시 드라이빙 이벤트가 진행됐다. 콜벳의 6.2리터 엔진을 장착한 르망 레이싱카에 동승하는 것이다. 운전은 현재 포르쉐 팀에 속해있는 얼 밤버(Earl Bamber)가 맡았다. 얼 밤버는 2015 르망 24시에서 포르쉐 팀을 우승으로 이끈 드라이버 중 한 명이다. 포르쉐 이적 이전에는 미쉐린의 테스트 드라이버로 활동한 덕분에 이번 이벤트에 흔쾌히 응했다고 한다.

사회자는 얼 밤버가 운전하는 차량은 최대 횡G를 3G까지 경험하게 해줄 것이라고 했다. 사람에 따라 혼절하거나 구역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힘들면 드라이버에게 천천히 가달라고 말하라는 전달까지 받았다.

세계적인 선수가 운전하는 르망 레이싱카에 동승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킷을 달릴 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이왕 타는거 기절을 하더라도 그들의 실력과 차량 성능의 끝을 맛보고 싶었다. 그래서 출발 전 얼 밤버 선수에게 말했다. “Please, do your best”
씨익 웃어 보이더니 피트레인에서 최대가속을 시작한다. 피트레인에서는 제한속도 지켜야 하는데…….

세팡의 연속적인 코너를 그야말로 번개처럼 통과한다. 숨조차 쉴 타이밍을 찾기 힘들 정도로 코너를 지나면 또 다른 코너가 바로 다가온다. 300mm가 넘는 레이싱 슬릭 타이어의 위력은 정말 대단하다. 말도 안되는 코너링 속도를 버텨낸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가장 큰 코너를 지나간다.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횡G가 느껴진다. 지금까지 머리를 꽉 조여왔던 헬멧이 날아갈 것만 같다. 다음 코너에 빠르게 진입하기 위한 거동을 만들기 위해 후륜을 살짝 흘린다. 찰나의 순간으로 차량이 미끄러진 것이지만 워낙 속도가 높기 때문에 다음 코너에 바로 도달한다. LMP1을 타다가 LMP2급 차량을 타니 운전에서 여유가 느껴질 정도로 얼 밤버 선수는 그야말로 레이싱카를 손발처럼 다뤘다.

그렇게 2랩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운전실력에 놀랐고 차량의 퍼포먼스에 놀랐으며, 이를 뒷받침해준 타이어 성능에 다시 한번 놀라울 뿐이었다.

이것이 미쉐린이다를 보여준 파일럿 스포츠 익스피어리언스


미쉐린의 파일럿 스포츠 익스피어리언스는 어떻게 보면 레이싱카 체험 이벤트라고도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경험하기 힘든 상상 이상의 성능을 직접 경험해보고 느껴보라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타이어가 있다. 이 세상 어떠한 레이싱카도 성능을 받쳐주는 타이어가 없으면 제 성능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레이싱이나 일반 차량이나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타이어다. 경기에서 팀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승차감부터 시작해 넓게 보면 안전까지 책임지는 것이 바로 타이어다.

바로 이것이 파일럿 스포츠 익스피어리언스의 핵심 내용이고, 미쉐린이기에 가능했던 이벤트가 아니었을까?




오토뷰 | 김선웅 기자 (startmotor@autoview.co.kr)
댓글보기 관련된 전체의견3
ㆍ상업광고, 인신공격, 비방, 욕설, 음담패설 등은
....예고 없이 삭제 될 수 있습니다.

ㆍ최대 500자까지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L피네스 님 (fire****)
너무도 부럽고 훌륭한 포커스 잘 보았습니다 ㅎ
2015-09-27 오후 08:20   | 신고
여기서차를배웠어요 님 (jpar****)
정말 짜릿한 후기네요. 좋은 후기 고맙습니다~!
2015-09-25 오전 10:25   | 신고
86 님 (netd****)
좋은 정보이지만 그보다... 그냥 부럽습니다. 완전 행복한 경험했다는 게 목소리에서부터 느껴지네요. 김선웅기자님, 부러워요!!ㅎㅎ
2015-09-24 오후 07:47   | 신고
ㆍ상업광고, 인신공격, 비방, 욕설, 음담패설 등은
....예고 없이 삭제 될 수 있습니다.

ㆍ최대 500자까지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